주한미군 CID(범죄수사사령부) Day
지난 1월 11일부터 12일까지 CID에 다녀왔습니다. CID는 미군내 중범죄를 다루는 기관으로 MP와는 조금 다릅니다. 특별한 업무가 있어서 다녀온 것은 아니고 근무하는 친구의 Escort를 받고 실컷 즐기다 왔습니다. 재밌는 것도 많이 보고요.
CID는 현재 동두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강남에서도 꽤 멉니다... 쩝. 용산 한미연합사도 모두 평택으로 이전했는데 CID와 일부 부대는 아직 동두천에 남아있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MP(Military Police)와 CID(Criminal Investigation Command)는 조금 다릅니다. CID는 미군내 중범죄를 수사합니다. 부대 이외의 지역에서도 미군과 관련된 사항이면 한국에서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동부이촌동 살 시절엔 바로뒤에 한미연합사와 미8군 부대가 있어서 독립기념일마다 불꽃놀이를 보며 즐겼는데 최근 다시 부대안을 들어가보니 느낌이 색다르더군요. 부대 안은 그냥 미국입니다. 실제 주소도 CA(California)로 되어있고 미국 영토로 간주되어 미국에서 물품을 구입할 시 관세도 붙지 않습니다.
부대 입구는 동두천 보산역에서 가장 가깝습니다. 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검문소가 나오고 Escort하는 분과 간단한 신분 확인 절차만 거치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검문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의외로 모두 한국분이시더군요. 하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하십니다. 마치 미국 입국 심사대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뒤에 앉아 기다리니 금방 끝났습니다. 위험 물품을 소지하고 있는지는 딱히 확인하지 않더군요. 물론 제가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ㅎㅎ. 뒤로 들어가 마지막 보안 검사를 마치면 바로 광활한 부대가 펼쳐집니다.
들어가니 왼쪽에 Barrack과 여러 건물들이 보입니다. 우리나라 길거리의 풍경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그냥 미국입니다. 그나저나 앞에 뒷모습이 찍히신 분들은 이 날씨에 반바지라니 참 대단하시군요. 밤에 찍은 사진이라 크기가 잘 짐작이 안되지만 정말 넓습니다. 그리고 산골이라 공기가 맑을 줄 알았지만 그건 또 아니더군요. 쭉 걸어가서 CID office에 도착합니다.
MP와 CID 건물은 근무 요원의 Escort가 없으면 절대 출입할 수 없습니다. 모든 곳에 Warning이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보안상의 이유로 사무실 내부는 촬영하지 못했지만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계셨고 대장님도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밤 11시까지 일하고 계시더군요. 그리고 CID 근무자는 계급장을 붙이고 다니지 않습니다. 수사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겠죠. 참 재밌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저 사진 왼쪽엔 역대 CID 헌병감들의 사진이 모두 걸려있는데 위압감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맨 왼쪽엔 Commander in Chief...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지릴뻔 했습니다.
CID 내에도 계급이 존재하지만 의사소통은 매우 자유롭게 하는 편이더군요. 오히려 한국 기업들보다 더 자유롭습니다. 상병이 대장앞에서 다리를 꼬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냥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무엇보다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뿌리깊히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요원마다 private office가 하나씩 있습니다. 굉장히 넓습니다.
근무자의 사무실입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Microsoft에서 미육군용 Windows를 따로 만들어 납품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Windows와 많이 다릅니다. 화면별로 Classified(기밀), Unclassified(기밀 해제)가 표시되고 접속 절차도 조금 다릅니다. 그리고 한국 인터넷망에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웹서핑은 자유롭게 못하더군요. 그건 한국군도 마찬가지지만요. 영화에서 흔히 보던 기관의 마크가 딱 찍힌 모니터의 모습입니다. 제 사무실보다 좋아서 기분이 갑자기 안좋아졌습니다. 농담입니다.
좀 돌아다녔으니 밥을 먹을 타이밍이 됐습니다. 식사할 수 있는 곳은 배식소, 클럽(우리가 아는 그 클럽이 아닙니다. 펍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테이크 하우스가 있습니다. 고기가 짱이죠. 스테이크 하우스를 기쁜 마음 가득 안고 갔으나 8시가 넘어 닫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새벽 1시까지 하는 클럽으로 들어가서 피자를 마음껏 먹었습니다.
클럽에선 여러 종류의 피자와 햄버거를 팝니다. 가격은 그냥 한국에서 먹는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만 결제를 달러화로 해야합니다. VISA 카드 없으면 결제가 안되니 혹시라도 가시게 된다면 꼭 준비하세요. 여기서 피자 먹겠다고 환전해가긴 좀 그렇잔아요. 종업원분들도 굉장히 친절했습니다. 한국어, 영어 모두 유창하게 하십니다. 항상 밝게 웃으시고 친구처럼 대해주시더군요. 전 그런 게 참 좋습니다.
좀 기다리다보니 피자가 금방 나왔습니다. 미국식 피자 그 자체입니다. 짭쪼름하고 대따 큰 그 피자.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 피자광이거든요. 저 크기의 피자도 혼자 다 먹습니다. 어제도 하루 2끼를 피자로 먹었습니다. 피자는 신의 음식입니다. 아무튼 피자를 받고보니 영수증이 위에 있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신경쓰지 않습니다. 바로 치워버리고 입에 넣기 시작합니다. 아 맛있습니다. 셀프바에 가면 페퍼 가루와 여러 소스들이 있는데 그것을 같이 섞은 다음 피자를 거기에 찍어먹으면 참 맛있습니다. 둘이서 몇분만에 거뜬히 먹고 퇴장합니다. 이제 잠자러 가야죠.
식당에서부터 CID 숙소까지는 꽤 멉니다. 그래서 걸어갈 순 없고 차를 타고 가야합니다. 염치없는 마음으로 친구 차를 얻어타고 Barrack까지 이동했습니다.
아래 소나타 차량을 타고 이동했는데, 번호판이 우리가 보던 것과 다릅니다. 부대안에서 운행하는 차량은 군용 번호판을 따로 달고 다닙니다. 이쯤에서 궁금한 게 생길 겁니다. 그럼 저 차를 끌고 부대 밖으로 나갈 수 있나? 네, 나갈 수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위험해질 수 있으니 생략하도록 하죠.
그리고 부대안에 한국 택시가 굉장히 많습니다. 미군들이 시내에 나갈 때 택시를 많이 타기 때문인데, 승인 받은 택시들은 부대안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Barrack에 들어가니 방은 굉장히 넓습니다. 침실과 거실이 따로 있고 여러 전자기기들도 갖춰져 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소파가 상당히 편했습니다. 요즘 보는 책 이야기도 하면서 노닥거렸습니다. 소위 드래곤 스킨이라고 불리는 방탄복도 입어봤는데 상당히 무겁습니다. 10kg 가까이 되는 무게입니다. 드래곤 스킨은 입방정 질화 붕소로 만들어지는데 일반적인 납탄은 절대 뚫지 못합니다. 그래도 총 맞으면 겁나 아프겠죠. 전 안맞아봐서 모릅니다.
담배도 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새벽 가까이 되었고 잠이 들 시간이 되었습니다. 미국엔 HVAC이라고 주택마다 공조 장치가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온도에 맞춰서 히터와 환풍 기구가 알아서 돌아갑니다. 따뜻하니 아주 좋더군요. 꿀잠 잤습니다.
Barrack 뒤에 큰 마당이 있는데 숨이 탁 트이고 좋았습니다. 앞쪽에 산이 크게 보여서 경관도 아름다웠습니다. 밤에 본 풍경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냥 무지하게 넓다는 느낌. 가을이 되면 더 이쁘다는데 가을에 한번 더 와야겠습니다. 그땐 반드시 차를 가지고... 너무 멉니다. 아침에 피는 담배 한대는 참 좋습니다. 경치를 즐기며 한숨 돌리고 부대 밖으로 나갑니다.
보산역 뒤쪽에 굉장히 맛있는 부대찌개집이 있습니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도 나왔다는데 그럴만 하더군요. 둘이서 맛있게 먹고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이틀동안 짧은 여행을 한 기분이었습니다. 참 좋더군요. 마주치는 사람들도 재밌었고 친절하고.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